누가 읽을지 모르지만 끄적이는 나의 일기.
나에게는 강박이 있었다. 누구한테나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이 강박대로 살아가려면 눈치레이더가 하루종일 돌아갔어야 했는데 피곤하기 그지 없었다.
대답이나 표정이 영 시원치 않아도 헉.. 내가 뭘 잘못말했나? 날 돌아보기 일쑤였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좋아하는 척 따라갔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웃으면서 말하고 그 덕분이었는지 쟤 진짜 착한애야, 진짜 좋은애야 라는 소리는 자주 들었던 것 같다.
누가 나에 대해 안좋은 얘기를 했다고 하면 하루종일 신경이 쓰였다. 신경쓰이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지.. 그 사실을 어떻게서든 고치고 싶었다. 대화에 집중도 못하고 하루종일 생각에 잠겨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다.
웃겼던 것은 정작 나에 대해 안좋은 말을 했던 사람은 계속 내게 친절했다는 것이다. 달라진 사실은 없었다. 저 사람이 나에 대해 험담을 했다는 것을 내가 알게됐다는 사실을 빼고서는.. 그래도 나는 한동안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나도 그 사람의 흠집을 찾아내려 했었고 괜히 더 잘해줘보기도 하고, 서운해서 티를 냈던 것도 같긴하다.
예수도 안티가 7000만. 이런 말을 들었었다. 탈인간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데, 너는 할 수 있겠니? 그냥 내려놓아. 라는 뜻이었다. 근데 와닿지 않았었다. 근거를 확신할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예수는 단 하나의 신념이 있었고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맞춰주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한테 각각 다르게 대한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감히 생각했었다.
내 자신을 지우는 일이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남에게 맞춰주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다.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르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강박을 붙잡고 살아왔었다.
욕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되고 누가 날 싫어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변하거나 어려워지는 것도 아닌걸 알았다. 근데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특별해야돼, 내가 힘들었던거 모두가 좋아하는 걸로 보상받아야 돼!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왔다.
인간관계에 대한 글귀는 참 많다. 그 중에서도 모두한테 사랑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글귀도 많이 있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는 사실 와닿지 않았다. 하나하나 반박을 해보며
그렇게 집착했었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만하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날 좋아하길 바라며 애썼다. 잘못된 것은 알았다. 피곤하고 에너지쏟고 비효율적인 것도 머리로는 아주 잘 알았지만 와닿지는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한테 이런 고민을 터놓고 여러 조언을 들었지만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나는 집착했었다.
그러다 나는 강박을 고치게되었다. 근데 그 과정이 너무 어이없었다..ㅋㅋㅋㅋ 그냥 갑자기 귀찮아진것이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아니 가슴속으로 한마디가 들렸다. "근데 너 왜이러고 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나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지? 왜 나를 버리고 가면을 쓰고 살지? 할 일도 많은데 에너지를 왜 낭비하지?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 느꼈다기보다 그 과정이 너무 귀찮았다. 갑자기 너무 귀찮아지고 설설 기기도 귀찮고 억지로 웃는것도 짜증나고 에너지를 쓰기 너무 귀찮아졌다. 물론 하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너무 귀찮아졌다.
나한테 강박을 이기기 위해서는 "귀찮음"이 열쇠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강박을 해결하기 위해 귀찮아해라!가 답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런 심리적 강박을 해결하는 방법은 인정하고 집착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내가 싫어!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것도 너무 싫어! 이러지말고 나는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있구나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고 있구나 그런 모습을 내가 갖고 있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인정하는 것은 엄청 힘들다. 그 힘든 마음까지도 인정한다면 어느 순간 그 모습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누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그냥 글쿤.. 아무 마음도 들지 않는다. 어쩌라고? 이런 마음도 생각나지 않고, 그냥 아 저분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에서 생각이 멈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모든 사람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집착을 끝까지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다를 깨달았다. 왜냐면 그것 자체가 문제 해결로 갈 수 있다는 열쇠인 걸 알았으니까.. 열나는 것 자체가 몸속의 병균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방증이란걸 알게 되었으니까..
힘들 때 다시 읽어보기 위해 작성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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