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혐오했다. 이 생김새인것도 싫었고 잘하는 것 하나없이 애매하고 평범한 것도 싫었고 공부도 그렇게 잘하지 못했고 무채색의 특성없는 사람이었다. 항상 남과 비교하고 넌 왜 그렇게 못해? 넌 부족함 투성이야?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는 항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따라 살아갔다. 나는 미래를 살았다. 학점 4.0이상 받기, 자격증 따기, 토익 900점 이상 따기, 좋은 회사 취직하기, 좋은 경험 만들기, 좋은 남자만나기, 연봉 얼마이상 받기, 영어 스피킹 술술 막힘없이 하기, 좋은 친구 많이 사귀기 등등 항상 목표를 세우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살아왔다. 사실 목표는 많이 이뤘다. 하지만 목표를 이뤄도 잠깐의 고양감만 느끼고 나락으로 다시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난 과거의 나보다 나아졌지만 그 모습은 내가 당연히 가졌어야할 모습이며 그 목표를 힘써준 나에게 고맙지도 대견하지도 않았다. 혹은 목표이상의 것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고 한탄하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이룬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른이 다될때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항상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목표가 있었으며 부족한 나를 견디지못하고 채찍질하고 그런 나를 힘들어하면서도 돌봐주지않고 혹사시켰다. 강박이 있던것 처럼 하루라도 목표를 위해 나아가지않으면 나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넌 끈기없어 그렇게해서 또 못한다 넌 성공하지 못할거야
하루정도는 봐줄수있었지만 하루가 이틀이되고 일주일이 될까봐 오히려 날 몰아세우고 억지로라도 하게 만들었다. 학교생활도 열심히하면서 아르바이트도 쉬지도않고 자격증공부에 영어공부에 취업공부에 틈틈히 연애도 해주고 인턴도 열심히하고 학점 챙기랴 면접공부하랴 그리고 지친나를 달래기위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더 잘 부르기위해 보컬 수업을 들으랴 정말 바쁘게 지냈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죽고싶었다. 내가 너무 밉고 죽고 싶었다. 너무 혐오스러웠다. 내 단점밖에 안보였다. 나도 모르겠다. 그 때 당시에는 왜 내 모든게 싫고 단점밖에 안보였는지 지친걸 알고있었지만 더 대단한걸 해내는 사람과 날 비교하며 이건 아무것도아니고 이런거에 지친 너가 너무 실망스럽고 약한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챙겨주던 후배 몇명이 나를 찾아오며 말했다.
언니 너무 멋있어요 ㅎㅎ 4학년 되면 언니처럼 열심히 살고 싶어요!
그래? ㅎㅎ 웃어보이고는 서둘러 내 할 일을 하러 떠났다. 근데 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혼자서 멍하니 생각했던것 같다. 내가 왜? 난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데 왜 내가 멋있어 보일까? 내 마음은 가시밭길인데 겉은 멋있어보인다니.. 그 때 마음은 형용할 수 없다. 항상 나는 나를 남과 비교하며 살아왔다. 그 람의 최고의 순간과 나의 최악을 비교하며 나를 채찍질했다. 그게 날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비교대상의 어두운 부분을 보려하지 않았던걸 깨달았다. 아.. 내가 잘 못 생각했구나.. 그날은 집에 가서 할일을 하지 않은채로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내가 날 죽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구나 내가 날 힘들게 만들어 놓고선 힘들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하지만 온통 내 문제였다.
그 뒤로 원하는 것은 다 이루었던 것 같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고 내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목표하는 기업에서 인정을 받고 일한다. 사실 그래도 난 결핍되어있다고 느낀다. 업무 지식도 부족하고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싶고 사람들이 날 더 찾아주었으면 하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져도 과연 행복할까? 나는 3년전과 비교해서 많은 것을 이뤘다. 하지만 결핍은 크게 채워지지는 않았다. 마치 이 옷을 가지면 센스있게 옷을 입을수 있고 당장 필요해보이지만 며칠 지나면 이 옷은 당연하고 조금 지나면 질리는 것과 같이 말이다.
나는 현재를 살지 않았었다. 항상 무언가가 채워져있는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무시하고 그 환상만 쫓았다. 그 환상이 이루어져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안다. 만약 내가 연봉 1억을 바라는데 그것이 이루어져도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 그랬다. 마음이 현재에 있지않다면 불행하다고. 그래서 봐주려고 한다. 그냥 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나쁘다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려고 하는데 마음 속에 어린아이가 떠올랐다. 나의 7살 시절이었다. 분명 밝지도 않고 웃음을 짓지도 않는 그런 아이였지만 그래도 세상에 대한 순수함은 묻어있었다. 흔히 요즘 말하는 내면아이를 만난 것 같았다. 그 아이한테 실수했다고 혹은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않다고 해서 넌 능력없어 넌 죽어야돼 넌 가치없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끊임없이 내 자신한테 그런말을 해왔었고 그 내면아이는 그래서 그런지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꼭 안아주었다. 미안해 인정받고 싶었을 텐데 고생많이 했어 많이 힘들었지? 그리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결핍을 인정해주었다. 아직 부족해도 괜찮아. 그런 걸 갖고 있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 지금 모습을 인정해주고 현재를 산다는게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는 길은 아닐까?
'나에 대한 고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Infj들이 하는말 번역하기 (1) | 2022.09.23 |
---|---|
누구한테나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 (0) | 2022.08.03 |
내가 보려고 모아둔 INFJ 특징 (1) | 2021.09.14 |
상대방의 마음에 안드는 점에서 나를 발견한다. (0) | 2021.09.12 |
일복이 많다 (0) | 2021.09.11 |
댓글